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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명언+'찐' 이야기] 지혜에 관하여

by 지식늘다 2024. 8. 19.
오늘의 명언
생텍쥐페리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마음으로 보아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_ 생텍쥐페리

"It is only with one's heart that one can see clear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생텍쥐베리'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 <어린 왕자>일겁니다.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거나, 인상적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닐텐데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부를 발췌해 다시 음미보겠습니다.

"아니,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건데...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 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이제 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말이야... 그 꽃이 날 길들였나봐..."

"그럴 수도 있겠지."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으니까..."                   ※<어린 왕자>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관계를 맺다'를 '길들인다'로 표현하는 것은 생텍쥐베리의 탁월한 표현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동물사이의 관계 맺기인 '길들인다'는 표현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맺기'로 표현범위를 넓혀 관계 형성의 의미를 좀 더 특별하게 규정하는 대목인데 우리는 살면서 흘려 버리거나 지나치기 쉽거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어쩌면 사느라 바빠서, 중요하지 않다는 명목으로 놓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인들의 '관계 맺기'는 서로 필요에 의해서, 이익에 부합하니까, 라는 이유로 맺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얘기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속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명언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학생때부터 사랑을 키워왔습니다. 남자가 군대를 입대해서 제대할때까지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며 사랑을 꿋꿋하게 지켜나갔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찐사랑', '참사랑'이라며 침이 마를때까지 추켜 세웠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남자는 결혼할 마음의 준비를 마친 다음, 여자에게 청혼했습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꿈같은 신혼생활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여자에게 축복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여자는 퇴근하고 돌아 온 남자에게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를 선사했습니다. 거실 벽과 온 방 벽마다 알록달록한 풍선과 리본들을 매달고 작은 선물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놓았습니다.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놓인 선물 상자가 궁금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그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그 안에 작은 태아 사진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너무 기뻤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식이었으니까요. 두 부부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고, 여자는 밤 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돌봤습니다. 퇴근한 남자도 여자를 도와가며 육아에 참여했습니다. 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남자의 퇴근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여자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것은 너무 기쁜 일이지만, 수면시간도 부족하고 체력도 점점 고갈되어 힘이 부쳤습니다. 게다가 갈수록 남자가 늦게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혼자 육아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점점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남자는 남자대로 회사에서 상사, 직장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매일 쌓여가는 업무량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또 집에 돌아가면 집안 살림과 아이 돌보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남자도 점점 지쳐갔고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 온 남자는 술에 잔뜩 취한 채, 온갖 장난감, 기저귀, 아기 책, 옷가지가 널브러진 거실과 방을 보았습니다. 문득 화가 치밀었습니다.

'뭐야, 난 여태껏 상사에게 굽신거리며 일만 죽도록 하고 왔는데 이 여자는 대체 집에서 뭐하고 지낸 거야?'

라는 생각이 남자의 머릿속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남자는 닥치는대로 온 집안 물건을 던지며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자와 아기는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친정집에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당분간 혼자 있을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남자는 여자와 아기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여자에게 사과를 하고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며칠동안은 남자는 제 때 퇴근해서 집안일도 돕고 아이도 잘 돌봤습니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행복감에 젖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도 잠시, 남자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늦어질 때마다 불안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또렷이 떠올라 여자를 괴롭혔습니다. 게다가 살림과 육아에 대해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여자는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급기야 여자는 아이를 홀로 집에 두고 짐을 싸서 나가버렸습니다.

퇴근하고 돌아 온 남자는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아이를 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는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간다는 기계적인 음성만 들릴 뿐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친정집으로도 전화를 걸었지만, 여자가 오지 않았다는 걱정하는 장모의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남자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아이를 몇 년 키우다가 혼자 키우는 것이 버거워 할 수 없이 아동양육시설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남자의 집으로 이혼합의서가 도착했습니다. 남자는 겨우 연락이 닿은 여자를 만났습니다. 둘은 카페에서 말없이 도장을 찍었습니다.남자는 여자를 두고 일어나 카페를 나갔습니다. 그들 사이엔 단 한마디도 대화가 오가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도장을 찍은 이혼합의서를 말없이 바라봤습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사람사이의 관계나, 연인, 부부사이 또는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조차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그 토대 위에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진정한 마음의 눈으로 신뢰를 바라보아야 마음의 밭에 신뢰라는 작은 씨앗을 심어 점점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뢰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지나치지 말고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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